[북리뷰 #4] 퓨처셀프 Future Self (벤저민 하디 지음) / 참신한 사고, 부족한 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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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연휴 신간을 접하러 간 평촌 교보문고에서 기획코너 한켠을 폼나게 채우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마침 그 날 서점 테이블에 앉아 독서를 마친 책에서도 이 책의 제목이 언급되어 궁금증을 자아냈다. 범계 스마트 도서관에 올라있는 것을 보고 바로 대출했다.

심리학자 벤저민 하디는 자신을 성공시키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미래의 자기 자신과의 연결을 고안했다. 이미 있었던 방법이지만 ‘퓨처셀프(Future Self)라고 명명하며 연결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직업적으로 다양한 케이스를 경험하는 심리학자 답게 자신의 개념을 전달하기 위해 매우 흥미로운 사례를 소재로 등장시킨다. 17세 소년이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타임캡슐 이야기를 통해 6개월, 1년, 5년 그리고 10년의 명확한 시간 설정이 꿈을 이루게 해준 터보엔진이 되었다는 사실을 세계1위 유튜버 미스터 비스트 Mr. Beast의 사례를 통해 독자에게 매우 강렬한 오프닝을 선사한다.

43페이지 까지 계속되는 매우 긴 프롤로그를 통해 자신의 콘셉을 미리 제시하고 Part 1, 2, 3로 나눈 구성(Category)을 통해 단계적이며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는 방식을 취한다. 벤저민 하디가 주장하는 핵심을 이렇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 우리 자신과 삶을 결정한다는 것은 심리학에서도 ‘고전’에 속하는 사상이고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목표의 명확하고 구체적인 형태로 ‘희망’을 확대 정의하고 현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 ‘희망’이라고 제시한다. 심리학적으로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내가 아닌 미래의 나와 보다 강한 ‘연결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며 미래의 자신과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 현재의 자신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득한다.

성공하는 구체적 방법(78페이지 설명)

(1)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을 찾는다. 미래의 나와 연결할 필요성이 이 단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2) 그 모습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환경)을 향해 강력한 힘으로 ‘주체적으로’ 이동한다.

(3) 그 곳에서 집단의 ‘평균’이 된다.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므로 희망적이다.

하디의 설명에 따르면 미래의 자신과 ‘연결’하는 것은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인류는 생존이 삶의 목표이던 시절에 저장된 본능적 사고에 따라 장기적인 선택을 하는 능력이 차단되어 있다. ‘즉각적인 보상’을 위해 근시안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부분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미래의 자신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소비를 통한 만족의 증가라는 즉각적 보상 대신 미래를 대비하여 현금을 그대로 놔두는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개인간의 관계나 개인과 사회간의 관계 등 개인의 외적인 관계성 대신 개인의 성공을 위해 필수적인 조언자는 ‘현재의 자신’을 가장 잘 아는 ‘미래의 자신’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생물학적으로 동일하지만 시간의 흐름을 통해 새로운 자아로 발전한 미래의 자신을 통해 자신이 삼아햐 하는 목표를 분명하게 얻을 수 있다. 바로 이 부분이 벤저민 하디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독자를 끌어들이는 논거가 되고 있다. 그렇게 설정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으로 더 큰 미래를 설계하고 (84쪽) 목표를 무모할 정도로 높게 설정(책 카돈의 저서 ’10배의 법칙’ 언급) 하는 방법을 권장한다. 일반적인 컨셉을 이미지로 구체화 시키고 단계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하는 등 여기까지 저자 벤저민 하디의 책은 아주 좋은 긴장감을 유지하며 읽도록 만든다. 구성상 떨어져 있는데 내용 중 SF영화 인타임 <In Time>의 설정을 설명하며 시간의 탄력적이고 상대적인 가치에 대해 접근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영화 인타임을 보고 싶도록 만들 정도였다.

벤저민 하디의 퓨처 셀프는 인상적인 프롤로그에서 시작해 다양한 예시와 부가적인 설명을 추가한 책의 중반까지 독자를 집중하게 만들었지만 Part 2 소제목 ‘진실 7 신에 대한 견해가 미래의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 부터 글이 초점을 잃고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게 부각되면서 표류하기 시작한다. ‘혼돈의 시기’를 종교의 힘에 기대 극복한 저자의 경험은 이해할 수 있으나 학문적인 부분을 잃지 않았던 저자의 전문성이 휘발되며 이 책이 ‘신앙서’ 칸에 꽃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앙적인 내용으로 겉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

한가지 더, 퓨처 셀프의 초반에 더없이 적절한 삽입으로 감탄을 자아낸 명문장들의 인용이 후반으로 갈 수록 정말 필요한지 의문이 들 정도로 ‘분량채우기’의 역할로 변모한다. 에이스 선발투수의 제구와 파워 두가지를 겸비한 피칭은 특급 구원의 보다 더 절제된 움직임으로 대체되어야 했는데 ‘패전처리’ 투수의 도망가는 피칭이 되어 버렸다.

벤저민 하디의 블로그, 유튜브 그리고 다른 저술이 어떠한 수준인지를 떠나 이 책은 한권의 짜임새 있는 독립적인 책을 내놓기에는 역부족임을 드러낸다. 단편적인 착상에 공감할 만한 문장들을 더해 짤막한 하나의 콘텐츠로 생산해내는 블로거의 트렌디한 집필방식은 저마다 수준높은 구성들로 가득한 서점에 돋보이는 한 권의 책으로 자리매김하기는 매우 부족해 보인다. 평범한 사람들도 생각할 수 있는 생각을 창의적인 수준으로 부상시키며 더없이 적절한 현실의 예시를 추가하였지만 명저가 되기 위해서는 필력 자체가 부족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박사학위를 받았는지 여부나 학문적이고 임상적으로 원숙함의 여부를 떠나 저술면에서는 훨씬 더 많은 발전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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